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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음악이야기 : 스티커 갈지 말고 떼세요.

광과장 관심거리 2016. 3. 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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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음악이야기, 오늘은 스티커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바이올린과 같은 현악기를 배우는 것이 막막한 이유 중 하나는 광활한 어둠만이 자리한 지판 위에서 음이 만들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처음 만나는 막막함을 극복시키기 위해 가장 흔히 쓰이는 방법이 특정음자리를 표시하는 운지스티커를 붙입니다.

보통 검지와 약지, 즉, 1,3번 손가락의 운지 하는 위치에 붙이게 됩니다.

성인 아마추어에게 애증의 대상인 운지스티커에 대해 생각해 온 점을 써보고자 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 스티커를 붙이고 연주했습니다.

운지 스티커 덕분에 왼손의 운지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오른 팔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스티커를 떼고 연주한다는 건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매우 먼 미래라고 생각했고, 어림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스티커를 떼는 날은 매우 갑작스럽게 찾아왔습니다.

선생님을 바꾸고 처음 뵙던 날 스티커를 바로 떼버리시고, 시키셨습니다.

물론, 음정은 엉망진창 (물론 지금도..ㅠ) 이었죠.


그리고 그날부터 교재 없이 한음한음 자리를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저는 스티커로부터 얼추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덤으로 어설프지만 조율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운지 스티커가 주는 고정관념은 단 1년이면 극복 가능 하다는 것을 경험하였던 셈입니다.


운지스티커를 붙이면 좋은 점은 왼손에 그리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음정을 비슷하게 잡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오른팔의 보잉에 집중(?)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없어져야 할 스티커이건만 남아서 독 밖에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운지스티커는 왜 사라져야 할까요?

스티커를 떼야 하는 이유는 먼저 소리가 나는 과정을 돌아보면 찾을 수 있습니다.

현악기에서 나는 소리의 시작은 어디일까요?

소리의 시작이라면 조금 추상적이긴 합니다만,

아마도 왼손으로 내려고 하는 음의 위치를 짚고, 오른팔로 활을 그어 마찰을 일으켜 소리를 내는 것이라면,

왼손-> 운지-> 오른팔 -> 보잉.. 이런 순서일 것입니다.


자, 좀더 깊이 들어가 볼까요? 그렇다면, 왼손 이전에는 어떤 단계일까요?

이때 스티커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의 시작이 다릅니다.


1. 스티커가 있는 경우

시각 -> 왼손 -> 운지 -> 오른팔 -> 보잉


2. 스티커가 없는 경우

청각-> 왼손 -> 운지 -> 오른팔 -> 보잉


위 차이가 이해가 가실까요?

스티커가 있는 악기를 연주하면, 어쩔수 없이 시각에 의존하여 운지가 이뤄집니다.

안보고 있다고 해도, 스티커가 없는 악기를 연주할때 자신없다면, 시각에 의존하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티커가 없다면 청각으로 소리를 교정하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즉, 어떤식으로든 소리를 확인해야 합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는 조율기를 보며 확인할 수 있겠지요.

그렇게 어떤 자리를 짚고, 조율기를 확인하며, 올바른 운지의 위치를 짚고, 귀로 그 소리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그때의 운지 손모양을 기억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훈련 하면서, 같은 손모양으로 줄을 옮겨 다니며 한음한음의 소리를 귀로 기억하고,
몸(특히, 왼손)이 기억하는 과정을 훈련합니다.


왜 귀로 운지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할까요?

일단 현악기의 상태는 매일 다릅니다. 조율을 완벽하게 했다고 해도, 운지의 위치는 미세하게 차이나기 마련입니다.

또한 음정을 맞추는 것 또한 귀로 맞추게 됩니다. 단지 나의 음정만이 아니라 타인과의 앙상블에서 음정을 맞추고 화성을 이루려면, 

매우 섬세하게 다져진 청음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청음 능력을 키우는 훈련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작은 운지를 눈이 아닌 귀로 근육에 기억시키는 과정에서 시작하는 것입니다.

청음 능력을 키우는 훈련은 기본적으로 "바른 음정"의 소리를 반복적으로 듣고 기억하는 수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어보입니다.


다시 성인 원생의 입장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성인들은 스티커를 먼저 떼겠다고 선생님에게 말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아무래도 연주의 모양새와 빠른 성과를 원하는 성인의 보편적 발상에서,
스티커로 간신히 잡힌 모양을 스티커를 떼고 기본으로 돌아가는 모험은 하고 싶지 않은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어린이 레슨을 보면 답은 매우 명쾌합니다.

학원으로 가서, 나의 선생님이 어린이를 가르치는 것을 한번 보세요.

함께 시작한 어린이는 어느샌가 스티커를 떼고 레슨을 받고 있습니다.

아이를 보며 성인들은 자조적으로 이렇게 되뇌입니다.

"아 역시 애들은 다르구나. 빨리 배운다니까.. 귀도 빨리트이고.."


하지만 진실은 조금 다릅니다.


왜냐면, 그들은 스티커를 떼는게 싫어도 그만둘 수 없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생각하기에 지겹고 힘들어도 "실력이 느는" 방향으로 성인들의 경우보다는 조금 자유롭게 가르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선생님들마다 차이는 있습니다.)

즉, 스티커를 떼야 하는 시기가 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떼버리고, 귀를 훈련하는 고단한 과정으로 들어서게 하는 셈입니다.


또 하나 운지스티커의 부작용은 왼손 모양입니다.

현악기 왼손운지 시 손모양은 매우 중요합니다. 

바이올린 왼손 운지 모양은 수직으로 잡는 기타나 첼로와 다르게, 앞쪽에서 사선으로 들어오는 모양으로 취하게 됩니다.


이 모양에서 왼손 근육이 기억하는 자리로 손가락이 가서 눌러야 합니다.

손모양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고 훈련되어 있어야 해당 자리로 가서 손가락이 음을 짚게 되는 것입니다.

일정한 손모양은 일정한 톤의 소리를 만들어내게 됩니다.

손가락이 약간만 비틀려서 운지를 해도, 아무리 비슷한 모양의 보잉을 해도 소리는 다른 형태로 발현됩니다.


하지만 운지 스티커는 이런 훈련을 방해하게 됩니다.

즉, 위치가 어딘지 눈에 빤히 보이기 때문에, 손모양을 고집스럽게 항상 똑같은 모양으로 유지 하지않아도,

그저 보이는 위치에 가서 손가락을 짚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쉬운 곡을 할때는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후에 난이도가 조금 올라가게 되면 그 부작용을 여지없이 느끼게 됩니다.


운지하는 손모양이 달라서, 그 영향이 고스란히 소리에 전달되어 들쑥날쑥한 소리를 내고 있거나,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비브라토의 손모양은 만들 수 없게 됩니다.

스티커가 없이 소리와 손에 기억된 모양에 좀더 집착하는 연습을 해나가야 왼손 모양이 제대로 잡히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운지의 시작이 스티커가 아닌 청각에서 시작하는 것이 현악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많은 선생님들께서는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선생님이 스티커를 이제 떼자고 해도, 그걸 거부하는 학생들도 상당히 많고,

그것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 성인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일반적인 입장일 것입니다.


잘 하고 싶다면, 선생님께 허심탄회하게 여쭤보세요.

선생님들은 답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답을 수행하는 것은 학생의 욕심이 가로막고 있을 뿐입니다.

듣기 싫은 잔소리들, 하기 싫은 훈련들이 역설적으로 실력을 늘리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는 것은.. 
어른인 우리들이 정말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악기를 하는데에 있어 테크닉이 느는 방법은 어이없을 정도로 매우 간단합니다.

가장 지겹고, 어려워 보이지만 막연히 정답이라고 느끼는 그 훈련들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 됩니다.

청음 훈련의 시작 역시 어려워 보이지만, 반복만이 답입니다.

한음 한음을 귀에 익히고, 귀가 이를 기억해서, 운지를 시각이 아닌 청각으로 시작 하는 단계가 된다면,

톤을 만들어내는 보잉과 부드러운 소리, 예쁜소리, 둥근소리, 날카로운 소리 등..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소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나침반을 얻게 될 것 입니다. 

물론, 조율도 할 수 있게 되는 초석이 되겠지요^^


처음 악기를 시작할 때 붙였던 스티커가 떨어져 나가려고 한다면,
갈지 말고 이제 그만 떼버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