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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음악이야기 - 클래식 음악 듣기

광과장 관심거리 2016. 9. 14. 22:46

악기를 배우는 아마추어 음악인들은 목표를 상실하기 십상입니다.
연주로 생업을 이어가는 프로 혹은 프로지망생들은 실력이 곧 능력을 의미하기 떄문에, 슬럼프가 오거나 어려움이 있어도 극복합니다.

하지만 생업이 아닌 취미로 악기를 배우는 아마추어들은 계속 배워나갈 의지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상에 작은 변화들만 찾아와도, 쉽게 의지가 꺾여, 몇년간 배워오다가도 하루아침에 그만두기 마련입니다.

내가 배우고 있는 이 악기로 연주하는 클래식음악을 듣는 것은 이런 의지를 고양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악기를 배우는 가장 큰 동기 부여는 이 악기로 연주하는 클래식 음악들을 듣고, 그 음악을 듣기만 하는게 아니라, 직접 연주하고 싶다라는 욕구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이런 순수한 욕구가 끊이지 않아야 정진을 이어갈 수 있는 의지를 부여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클래식 음악, 즉 서양 고전음악 듣기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2012년에 방송되었던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2년 벨기에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한국 젊은 음악가들의 선전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 였습니다.
KBS에서 더빙과 자막을 추가해서 방송이 되기도 했습니다.

31분 46초 지점에 나오는 드니 성호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합니다.

드니 성호 (클래식 기타리스트)

" 전반적으로 클래식을 즐기는 나이대가 젊은 편입니다.

유럽이나 미국에 비교하면 아주 젋습니다.

그런데 클래식에는 일종의 품격이 있지 않습니까.

한국은 이런 품격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클래식 공연을 가는 겁니다.

음악적 선호가 분명하고, 그에 대한 지식도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말이죠." 

드니 성호는 클래식음악이 갖는 무형의 품격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좋게 말하면 고품격을 지향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쁘게 말하면 허영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허영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허영이란,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을 내가 누린다고 생각할 때,
자신의 모습을 타인에게 내보이고, 자랑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클래식 음악 감상이 명품 가방의 소유와도 같이 허영의 대상물이라면, 
누구나 누리지 못한다는 특수성을 지녀야 합니다.

그 특수성을 드니 성호는 "품격"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는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 품격이라고 표현된 클래식음악의 특성, 누구나 즐기기 어렵다는 진입 장벽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이 시대의 음악 들은 대중의 수요를 먹고 삽니다.

클래식 음악도 그런 트렌드에 발맞춰, 한명이라도 더 듣게 만들어야 하고, 그런 식으로 저변을 넓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야 이 자본주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음악이 동시대의 음악이었던 옛날에는 굳이 클래식 음악이 쉽다고 광고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 시대의 클래식 음악들은 그 음악의 명확한 수요자들을 위해 작곡 되었기 떄문입니다.
조금 어려워도, 음악이 수요층을 고려하기보다는 예술가의 작품으로서 팔리는 시대에 나온 음악이었습니다.
오히려, 대중이 이해하기 쉬우면, 예술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였겠지요.

현대 보다 좀더 느린 시대 였기 때문에, 한시간에 걸친 연주에도, 여유를 가지고, 감상의 폭을 넓힐 시간이 있던 시대의 음악들이었습니다. 작곡가들은 굳이 쉽고 단순하고, 짧은 곡을 작곡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오선지위에 자신이 노래하고 싶던 악상들을 끊임 없이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많은 연주회들은 이 어려운 클래식 음악을 "쉬운, 즐거운" 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대중들을 클래식 음악 공연장으로 끌어들이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이런 노력은, 많은 보습학원들의 광고지와 같은 느낌입니다. 하루 한시간 공부로 서울대 가기.. 이런 느낌이랄까요?

그런 노력을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쉽다고, 좋다고 해서 음악회에 가보고 강연을 들었는데, 쉽지 않고, 좋은 지 모르겠으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그래서, 클래식음악은 그냥 어려운 음악이다라고 인지하고, 이 세계에 발을 들인다면, 추후에 다가올 당황스러움을 조금은 상충하고, 계획적이고 단계적으로 이 음악에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어때요, 참 쉽죠?

단언컨데, 클래식음악은 어려운 음악입니다.


클래식음악의 경우, 음원, 악보, 영상물 등 많은 컨텐츠가 저작권이 말소되서 쉽게 감상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 음악은 누구나 쉽게 즐기기에는 복잡하고 어려운 요소를 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음악은 허영의 대상이 되어, 특수한 품격을 지니게 되는 셈입니다.

자, 이렇게 어려운 클래식음악을 왜 들을까요?
앞에서 말한것처럼, 이 글의 주된 독자인 아마추어 연주자라면, 좀더 강력한 동기부여를 위해 듣길 권합니다.
연주를 꿈꾸지 않는 일반사람들은 클래식음악을 듣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특별한 이유란 없습니다.
음악이란게 어떤 음악을 반드시 들어야하고,
특정 장르의 음악만이 최고의 음악이다라는 평을 감히 누가 내릴 수 있을까요?

세상엔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의 본능, 특성, 살아온 시간, 경험 등에 비추어, 감동을 얻고, 즐거움이 느껴지는 음악은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클래식 음악도 그런 음악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다만 클래식음악은 다른 음악들, 즉, 대중가요, 힙합, 발라드, 팝음악 등 여러 음악들을 듣다가도 좀 더 복잡한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찾는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둑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얼마전 이세돌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 있었습니다.
이 대국이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고, 저녁 뉴스에서 이 대국 내용이 빠짐없이 보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뉴스를 보던 사람들 중 바둑을 이해하고 흥미롭게 중계를 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저 역시, 바둑에는 완전히 문외한입니다. 기보를 보아도, 어떤 형세인지,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들이 보는 기보는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한수 한수,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몇천년간 이어온 인류 최고의 보드게임이 되었겠지요.

스타크래프트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는 스타를 가장 인기있었던 시대를 살았지만, 부끄럽게도 그 게임을 전혀 플레이 할 줄 모릅니다.
덕분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중계를 보아도 별느낌이 없고, 아나운서의 마지막 일갈 고성 "GG"를 신기해하곤 합니다.

하지만 스타를 한창 재밌게 하던 친구들은 감탄사를 연이어 토해내며, 이 방송들을 수없이 보곤 했지요.

이처럼, 뭐든 아는 만큼 더 보이고, 더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음악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음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주요한 예술 분야 입니다.
그만큼 더 복잡한 표현도 있을 수 있고, 단순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인류의 음악은 조금이라도 짧고, 단순하게 표현해서, 좀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최신 대중음악인 EDM이나, 댄스음악을 들어보면 매우 직관적으로 감상자가 느껴야할 감정을 전달 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많은 고민을 하지 않고도 즐길 수 있으며, 음악이 전달 하고자 하는 바를 가사에 직접적으로 담아 적극적으로 전달합니다.
덕분에 감상자는 큰 사색 없이, 작곡자와 작사자가 의도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받고 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요즘 시대의 음악은 단순히 귀로 전달 받는 음악 자체 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요소까지 결합된 종합 예술로 변화되기도 합니다.
시각까지도 동원해서 어떤 특정한 모양새의 감동을 전달 하는 셈입니다.

어느 순간 제게는 이런 일정한 모양의 감동을 전달하는 음악이 피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표현하는 감동이, 저에게 어떤 일정한 모습의 감동을 강요하는 느낌이랄까요?

예를 들면, 군대를 가면서 이별하게 되는 여자가 이 슬픔을 위로받을 음악을 듣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때, 들을만한 음악은 이별에 대한 음악을 듣더라도, 군대에 대한 키워드가 필요하고, 화자가 여자인 음악이 좀더 설득력 있을 것입니다.

바꿔말하면, 감상자가 특별히 이별에 대한 슬픔이 없는 상황이더라도, 대부분의 대중가요는 이별에 대해 노래하고 있습니다.
인생에는 분명 많은 즐거움, 행복, 환희, 슬픔, 절망, 분노 등 여러 감정이 있음에도, 이런 감정들을 표현하는 음악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대중 가요의 표현 시간도 짧게 느껴지는 경우도 점점 많아졌고, 
너무 악상, 화성, 표현 등에서 단조로움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그런 느낌들 때문에 저는 결국, 서양고전음악, 즉, 클래식 음악을 찾았습니다.
클래식음악은 복잡하고 어렵다고 하니, 그런 느낌이 좀 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듣기 시작한 셈입니다.
솔직한 이야기로, 이런 느낌을 느끼지 않고, 현재 자신이 듣는 음악이 충분히 즐겁고 만족스러우신 분들은 굳이 어렵고 복잡한 클래식 음악을 들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즐겁게 해주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음악이 무조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절대음악

서양고전음악에는 절대음악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제목을 하나 들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 Allegro con brio

베토벤의 9개의 교향곡 중 한곡의 제목입니다.
이 제목에는 "운명"을 제외하고는 곡에서 표현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단어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 운명이라는 단어 조차 작곡가가 아닌 타인이 붙였습니다.

작곡가는 곡의 악상에 붙여 화성, 성부, 템포, 리듬 등 여러가지 요소를 조합하여, 긴 시간을 들여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토벤 교향곡을 수시로 반복해서 듣지만, 이 교향곡은 항상 제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음악을 듣는 그시기에 느끼고 있는 저의 감정, 상황 등이 항상 다르기 때문입니다.
작곡가는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이미지를 전달하지만, 이를 느끼고 해석하는 것은 온전히 감상자의 몫입니다.

이와 같이, 음악 자체에 어떠한 특정 이미지를 씌우지 않고, 감상자에게 온연히 이에 대한 이미지의 구현을 맡기는 음악을 절대음악이라고 합니다. 물론,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근대에 들어서는 이런 절대 음악에 반대하여, 제목을 붙이고, 가사를 붙여 감상자에게 일정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표제음악을 주장한 작곡가도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서양 고전음악의 기악곡들은 대부분은 절대음악의 형태를 띄고 있으며, 표제음악을 만든 작곡가들의 음악 조차도 현대의 음악보다 감상자에게 있어 훨씬 자유로운 감상의 폭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절대음악의 프레임 안에서 표현하다보니, 대부분 곡들이 짧지 않고, 길기 마련입니다.
감상자는 이 긴 음악을 처음부터 잊지 않고, 끝까지 감상해 나가야 합니다. 정말 어렵겠지요?

저의 경우, 좋아하는 교향곡이나 곡들은 너무 많이 들어서, 거의 흐름과 멜로디를 외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정도가 되고 나니, 작곡가가 노래하고자 했던 전체의 그림이 들어오면서, 상당한 쾌감이 느껴지더군요.
그 곡을 연주까지 하면서, 악보를 뜯어보게 되면, 그 감상의 폭이 더욱 깊어지게 되는 걸 느낍니다.

여기서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악기를 계속 해나갈만한 동기부여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 음악을 내손으로 연주해보고 싶다. 연주해서 남에게 표현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다 하는 욕구입니다.

많은 악기들이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화성을 이뤄가며, 표현해냅니다.
때로는 적은 악기들끼리 노래하다가, 많은 악기들이 다시 어우러지며, 큰 그림을 그리고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적은 악기들끼리만 이뤄지는 앙상블에서도 깊이 있게, 감상자로 하여금, 새로운 그림을 그리게 합니다.

곡에서 표현하는 음악에 대해 감상하는 이미지는 오롯이 감상자의 몫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쿨쿨 자서, 백지 그대로 남았다 해도, 그것 역시 감상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너무 복잡한 인생을 살고 있었어서, 많은 걸 느끼고, 깜지 같이 시커먼 그림을 내놓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많이 복잡하고 어려운 클래식 음악을 들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남들 보기에 "있어보인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걸까요?

누군가가 클래식음악을 듣고 빠져 들게 되었다면, 한가지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그동안 듣던 음악에 뜻모를 갈증을 갖고 있었을 것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데에 혹은 연주하는데에 빠져들게 되었다면, 그 갈증이 해소 되기 시작했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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