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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추어 음악이야기

아마추어 음악이야기 - 잘된 연주회를 만난다는 것

광과장 관심거리 2016. 10. 5. 02:00

이번 포스팅에서는 음악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음악회는 특별한 울림이 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아무리 좋은 음원이라도, 음악회에서 들을 수 있는 울림을 재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진지한 마음으로 음악회를 가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보았을 때, 처음 나오는 조율 소리의 울림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음원에서도 전달하지 않는 그 울림의 인상으로 첫 연주회의 감동은 그 울림으로 긴 시간동안 간직되었습니다.

전공을 준비하는 프로지망 음악도들이 성장기를 집중적으로 들여 수련하는 데에 비해, 아마추어 음악인들은 긴 시간 동안 수련을 이어갑니다.
그 기간을 지지하는 또다른 동기부여 방법으로 음악회 관람을 권하고 싶습니다.

음악회 관람은 몇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레슨 중에 배워오던 추상적인 이미지를 실제로 확인 할 기회가 된다는 점입니다.

시범을 보이며 레슨을 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많은 선생님들이 레슨 시간 동안 관찰과 코멘트에 힘을 쏟곤 합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코멘트로 전달 받은 내용을 마음에 새길 수는 있지만, 시각적인 이미지로 확인할 기회는 사실 많지 않습니다.

저의 경우, 음악회에 가서, 제일 앞자리에서 집중해서 연주자를 관찰 하곤 합니다.
그렇게 오롯이 2시간 동안 연주자를 관찰하며, 손모양, 활쓰는 자세 등을 보고 있노라면, 레슨 시에 들었던 코멘트 들이 와닿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이미지로 다가온 코멘트 들이 바로 체득이 되거나 하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내가 배워가고 있는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갖는데에 도움이 되고, 이를 구현해 나가는 실제적인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내가 배우는 음악을 보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고,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아마추어로서 낮은 수준의 테크닉을 배우고 있다고 해도, 이 음악을 이해하는 실질적인 교육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야구를 좋아해서 매일 경기를 챙겨보는 사람이라도, 야구를 실제로 배우고 플레이 하는 사람이 보는 것보다 조예가 깊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할 때만 알 수 있는 플레이어의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음악 역시, 표현자로서 고민하고, 표현하기 위해 해야하는 행위나, 그 이전의 훈련과정을 경험한 사람은 무대를 보는 시야가 다르기 마련입니다. 또한, 연주에서 느껴지는 소리의 깊이 등을 배운 만큼, 깨달은 만큼 깊게 느낄 수 있습니다.

즉, 음악회는 악기를 배운 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호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셋째는 두번째 이유에서 좀 더 나아가 내가 배운 곡을 감상하는 특별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기 떄문입니다.

스즈키, 4권 이상 배우게 되면 바이올린의 경우, 비발디, 바흐, 헨델, 모차르트 순으로 고전 작품들을 접하게 됩니다.
아마추어의 경우, 이 작품 들을 배워도, 음원이나 프로 연주자들의 연주 처럼 완벽한 연주를 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그 곡들이 어떤 악상으로 진행되고, 어떤 식의 표현을 해야하는지는 상당히 진지하게 교육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교육은 레슨 받은 곡 뿐만 아니라, 해당 작곡가의 다른 곡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경우가 많습니다.
작곡가도 사람인지라, 비슷한 시기에 나온 작품 들은 유사한 모양새인 경우도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스즈키에서 다뤄지는 저런 유명 작곡가 들의 곡은 국내 음악회에서 올려지는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이기도 합니다.
연주되는 프로그램이 자신이 레슨을 받은 곡들일 때, 이를 감상하는 느낌은 또 새롭습니다.
내가 배운 가이드와의 차이점도 느끼고, 프로의 표현이나 활 쓰는 법 등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느낌 들을 좋은 음악회에서 만나는 것만큼 행복한 순간은 드뭅니다.

좋은 음악회란 무엇일까요?

몇년간 많은 연주를 들었지만, 생각보다 그런 순간을 경험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내가 배운 프로그램이 없어서라기 보다, 연주 그 자체의 환경 만으로 그런 순간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좋은 음악회를 만나는 기회는 많은 우연이 모여서 완성 됩니다.

첫째는 다름아닌 감상자의 컨디션 입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컨디션이 정말 중요합니다.
연주자는 최상의 연주를 하기 위해 이미 노력했을 것입니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부분은 넘어갑니다.
하지만 나의 컨디션은 내가 관리해야 합니다. 아프지 말아야 하고, 전날 과음도 하지 않는게 좋습니다.

저는 연주회 전 과식도 금하려고 노력합니다. 가능하다면, 식사도 최대한 적게 합니다.
과식은 졸음을 일으키고, 더부룩한 속은 음악회에 대한 집중을 흐트러뜨립니다.

동행인도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될 수 있으면 상당한 신뢰 관계의 사람과 함께 갑니다.
윗사람보다는 아랫사람이나 동등한 관계의 사람을 선택합니다. 눈치보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둘째는 연주자 간의 관계입니다.
서양 고전음악의 특성상 무반주 독주를 하지 않는 한 대부분 앙상블로 이루어 집니다.
연주자 간의 관계가 연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절대적입니다.

스승과 제자, 친구, 동료, 선후배 등 연주자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가 연주에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특히, 오랜 기간 함께 해온 앙상블의 내공은 놀라울 정도의 감동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셋째는 다른 관객들 입니다.

현대 가요나 콘서트장에 익숙한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회를 보면 지나치게 잰 척 한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치게 조용하고, 엄격한 규칙들 (악장 사이 박수 치지 말기와 같은..) 때문에 음악 자체를 즐길 수 없다고 말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런 규칙이나 관례가 이해가 안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런 것들이 와닿고, 클래식 음악회장 만큼 관객과 연주자가 진지하게 소통하는 공간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관객의 숨소리 하나가 연주에 영향을 끼친다는 느낌을 같습니다.
연주자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감정을 끌어가는 연주를 하고 있을 때, 함께 호흡을 멈추게 되는 와중에 악장 사이에 쏟아져 나오는 박수를 들으면 함께 맥이 풀리곤 합니다. 뒤에서 떠드는 아이들의 수다와 가끔 들리는 휴대폰 벨소리 (혹은 진동 소리마저) 들은 그 어떤 완벽한 공연도 망칠 수 있는 파급력을 갖습니다.

연주자 만이 완벽한 연주를 위해 노력하지 않습니다. 
완벽한 연주를 만드는 마지막 열쇠는 관객이 쥐고 있습니다. 

많이 언급되는 악장 사이의 박수 갈채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악장 사이의 박수를 자제하는 이유는, 전 악장이 하나의 곡을 이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런 느낌을 많이 받게 됩니다. 1악장만으로는 이야기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느낌..네, 느낌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흔히, 티켓 가격이 저렴한 음악회 치고 악장 사이의 박수가 안나오는 때는 드뭅니다.
8년 째 교향악 축제를 가고 있지만, 훌륭한 연주를 만나면 어김없이 악장 사이에 우뢰와 같은 기침소리와 박수가 나옵니다.

똑같이 저렴한 가격의 음악회인 금호아트홀의 공연은 악장 사이에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금호아트홀이야 말로 완벽한 공연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 공간이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많은 음악회가 해설을 곁들이고, 쉽다라는 타이틀을 붙여가며 관객을 모읍니다.
하지만, 제가 클래식 음악에 감동하고, 발을 들이게 된 건 혼신을 다하는 완벽한 음악회를 감상한 덕분이었습니다.

혼신을 다한 씹어먹은 연주는 관객들에게 클래식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완벽한 음악회를 만나, 레슨을 받아온 내공 덕분에 눈과 귀가 호강하는 경험하시길 추천합니다.

ps. 열 달 전에 예매한 쇼지사야카/손열음 연주를 듣고 왔습니다.
연주자의 면면을 보면 누구나 기대할 만한 조합이었죠^^
쇼지 사야카는 표정이라든지, 연주하는 자세라든지 하는 부분에서  정경화 님의 모습이 연상이 되더군요.

손열음의 피아노는 여전히 좋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연주를 보고 생각한 것이, 클라라주미강과 손열음의 앙상블이 얼마나 소중한 조합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 날의 라벨은 너무 좋았습니다. 하지만, 예전 클라라와 손열음의 프로코피에프가 다시 듣고 싶어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