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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이런저런 이야기🎤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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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가 태어난지 이제 17개월 곧, 18개월이 됩니다.

이제껏 아기 사진 한 장 정리하지 않다가, 그동안 아가가 커오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공유하고 싶었던 한 생각을 더 늦기 전에 정리하고자 

불현듯 랩탑 앞에서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결혼은 원했지만, 자식은 크게 바라지 않았던 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결혼을 해서는 하나가 아닌 둘이 되어 좀더 재밌는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또 아기가 생기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한다는 영악한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기를 많이 바라는 아내 덕에 결혼한 지 3년 만에 제 고집은 꺾이고,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아가가 태어나고서도 크게 자식에 대한 느낌은 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많은 남자들이 그렇다고 하더군요, 나만 바보는 아닌듯.)


역시 여자의 모성애는 태어나자마자 본능적으로 빛을 발했지만,, 남자들은 아빠육아고 뭐고, 철이 들려면 아직 멀은 분위기 입니다.

집안일은 물론, 아기를 먹이고, 싸면 치우고, 재우고, 정말 육아노동이란,, 남자의 이기심을 극대화 시키기에 충분한 고행의 길입니다.

그런데, 커가는 아기가 100일이 지나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이놈이 날 쳐다보고, 손도 흔들고 가끔 빠빠빠 

(아빠가 아닙니다,, 그냥 감탄사인데,, 아빠들은 아빠 한다고 헤벌쭉 합니다..) 하는 소리에 "행복"이라는 찰나가 옵니다.


여기서 이 행복.. 참 신기합니다.


물론 결혼하고 행복하죠, 행복했고요, 근데, 이게 아기가 보고 웃고, 나의 존재를 알아주니 느끼는 감정은 정말 신선한 감정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많은 것이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이라는 것으로 가득찹니다.

목욕할 떄 말듣고 욕조에 들어가고 나오고 하는것도 신기하고, 기저귀 가져오라면 가져오고,

밥을 떠먹이면 질질 흘리던것도 어느샌가 따뿍따뿍 받아먹습니다. 


아기와 내가 소통하는 그 시간 자체가,

아기의 존재를 내가 인식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세상이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느낌이 찾아옵니다.


물론, 노동이 힘들지 않아지진 않습니다.

여전히 힘들어서 아내에게 미루는 이기심도 여전합니다.


다만, 아기를 보는 시야가 달라집니다.

놓고 어디를 가려다가도 주춤 하게 됩니다.

뒤에서 바라보는 눈길이 아쉽습니다.

문닫고 나가면 지르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기가 진정으로 아내와 나를 이어주는 고리가 되었음을 시시각각 깨닫게 됩니다.

가족의 완성..인 걸까요?


그리고,,


아기가 가져다준 또하나의 큰 깨달음.. 진짜 선물이 있습니다.

하하, 

말하기도 우스울 정도로 정형적인 답, 바로 부모님의 사랑을 깨닫게 해준것 입니다.

근데, 이게 저한테는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자식도 부모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한 사랑은 조금은 이성적인 것이었습니다.


나를 낳아줬으니까 (이건 잘 기억안나지만,)

어려부서터 나를 키워줬으니까,

잘 성장하도록 항상 이끌어줬으니까,,


글쎄요,, 이런 이유와 단서가 붙는, 그리고 그 이유와 단서 조차 잘 안와닿는 것이지만, 

항상 되뇌이는 그런 사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기가 생겨나고, 저는 중요한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기억이 살아났다기보다, 그 기억의 재구성이랄까요,

아기가 하루하루 커가며, 보이는 시시각각 다른 모습들,,

엄마도 알게 되고, 진짜 아빠라는 말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며,

진짜 아기로 인해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고, 이 아이를 위해,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감정을 느꼈을 때,


나의 부모가 내가 기억 못하는 그 시간 부터 내게 준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어느 미국드라마나, 서스펜스 스릴러 물의 반전보다 소름끼치는 퍼즐의 한조각 같았습니다.

스타워즈 4,5,6, 1,2 뒤에 3가 나와서 느꼈던 다쓰베이더의 정체로 인한 퍼즐의 한조각은 비할 바가 못됩니다.

창세기전 3 파트 2가 창세기전 1으로 이어지는 반전도 별게 아니고,

카이저 소제가 절름발이 연기를 한것도 아무것도 아니요, 쏘우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방안에 있었던것도 별게 아닙니다.


내가 태어나고 기억이란 걸 갖은 4살 전,,까지,, 

내가 잃어버린 기억의 시간 속에서 우리 부모님은 이런 시야로 봤겠구나,

24시간 아무리 힘들어도 이렇게 나를 봐야했구나, 그러면서도, 나로 인해 이런 행복을 느끼고, 책임감을 느끼고 살았겠구나,,

그리고, 그 마음이 초등학생의 나, 중학생, 고등학생,,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거죠.


한편으로,, 항상 생각했던 것처럼, 아기를 갖지 않고 있었다면,, 

저는 죽을때 까지 부모님이 내게 준 그 소중한 감정을 알지 못한 채 살아 갔을 생각을 하니 아찔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반전드라마는,, 나의 아이로 완성 되었네요.

아직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이 많이 남았기를 기도하며, 손자와 함께 더 행복하게 남은 삶을 살아가야겠습니다.

내일 끝날 수 있는게 우리 삶이니까요. 지금이라도 깨달은 걸 다행으로 여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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