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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음악이야기 : 레슨 그리고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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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음악 악기를 배우는데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주제, 레슨입니다.

얼마 전에 저의 레슨 진도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현재 나가고 있는 진도 속도가 너무 느린데, 필자의 경우는 어떠한 지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저의 경우, 진도가 느린 편입니다. 볼파르트 에뛰드 한곡으로 기본적으로 한달은 하고, 두달 까지도 보내곤 합니다.

곡을 하는 스즈키의 경우, 지금 하고 있는 헨델은 언제 시작했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오래 되었습니다. 

최소한 반년은 된 것 같습니다.


진도가 나가는 속도는 어느 정도인 게 좋을까요?

이 질문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어떤 선생님을 만나야 할까 라는 질문이 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마추어 음악가에게 있어서 레슨 선생님과 진도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바이올린 관련 온라인 카페에는 진도에 대해 이야기 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제 실력은 스즈키 5권 정도 입니다."


자신이 나가고 있는 진도를 통해 실력을 말하는 아주 일반적인 문장입니다.

하지만, 저는 스즈키 몇권 이라는 척도가 실력을 말해준다는데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스즈키 5,6권을 해도, 조율기 없이는 조율도 못하는 분도 계시고,

고향의 봄 같은 (고향의 봄이 쉬운곡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비교적 단순한 곡도 톤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음정 박자도 맞지 않은 채 연주하는 분도 계십니다.


반면, 스즈키5권 까지 했다는 다른 친구는 조율도하고, 꽤 그럴듯하게 비발디를 연주해냅니다.(!)


가끔, 이런 글도 보게 됩니다.


"저는 바이올린을 한지 3년이 넘었고, 스즈키 6권 나가고 있는데, 왜 듣기 싫은 소리가 날까요?"


이 질문역시 "3년"이라는 시간과 "스즈키6권" 이라는 말로 자신의 진도를 표현하며 실력을 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추어가 보낸 자유로운 3년은 전공생의 같은 시간과 다릅니다.


전공생이라면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주어진 시간을 악기 훈련에 올인해서 보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어떤 사람은 반년을 쉬어가며 3년을 보냈을수도 있고,

한달에 한번 레슨받으며 3년을 보냈을 수도 있고, 레슨도 꼬박꼬박 받고,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3년을 보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3년을 끌어가는 선생님의 교습 능력에 따라 질문자의 스즈키 5권 실력은 천지 차이가 됩니다.


즉, 아마추어의 실력은 단순히 스즈키 몇권, 악기로 보낸 시간으로 표현 될 수 없을 만큼 실력의 차이가 생깁니다.

진도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다양한 수준의 레슨 수강료를 받으며 레슨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그 선생님들 각자가 아마추어를 대하는 태도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피아노 학원을 인수 할때, 원생 수를 세어 권리금을 책정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때 원생 수에 성인원생 수는 제외 되곤 합니다.

그만큼 성인원생은 언제 그만둘 지 모르는 뜨내기 손님이라는 반증입니다.


이런 성인 수강생을 얼만큼 진지하게 이끌어 주는지를 돌아보게 됩니다.

어린이 수강생은 수강받는 당사자가 싫어도 억지로 보내는 부모님이 있기 때문에, 

선생님 입장에서 좀더 안정적으로 레슨이 가능합니다.


성인 수강생의 경우, 흥미가 떨어지면, 자의적인 판단으로 바로 수강을 그만둘 수 있습니다.

선생님 입장에서도 기본적으로는 수강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레슨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수강생 들이 좋아하는 (흥미를 잃지않는) 교습은 무엇일까요?

수강생이 기대하는 것보다 진도를 빨리 나가는 방법이 원생의 흥미를 붙잡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레슨을 하는 정도의 실력을 가진 선생님이라면, 하나의 에뛰드를 놓고,
그 에뛰드 안에서 무엇을 얻어가야 하는 지를 알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을 습득 하지 않은 채 넘어가면, 그 책을 마지막까지 한다고 해도,

수강생은 그 책을 뗀 게 아니게 됩니다. 

보통 어떤 원생이 선생님을 바꾸게 되면, 어디까지 배웠냐는 질문을 듣게 되고, 마지막으로 했던 곡을 해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정해져 있습니다.


"잘못 배우셨네요."


성인원생에게 이런 경우는 매우 흔한 예입니다. 

왜냐하면, 성인원생에게 조금은 독하게, 에뛰드 하나로 몇달을 보낼 용감한(?) 선생님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버텨내는 원생도 거의 없습니다.)

즉, 선생님을 바꾸는 순간, 실력이 드러나게 되어있는 셈입니다.

바뀐 선생님은 실력을 끌어내줄지.. 그것도 의문입니다만..


한 번 나간 진도를 다시 돌려놓는 선생님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스즈키 5권까지 나갔는데, 

"생각해보니, 5권 실력은 아니신것 같아요, 3권부터 다시하죠."


라고 말하는 선생님은 잘 없다는 말입니다.


사실 5권 정도만 되어도 곡이 매우 어렵습니다.

음반으로 나오는 정도의 곡들입니다. 이런 곡들을 온전한 톤으로 제대로 연주하려면, 1~4권에 나오는 곡들은 물론이거니와,

5권의 곡들을 소화하기 위해, 다른 에뛰드 교재들도 꼼꼼하게 수강하고 훈련되어 있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아마추어에게 어느정도의 진도 속도가 알맞을까요?

일주일에 한장? 한달에 한장? 

이런 정량적인 숫자는 악기를 훈련하는데에 있어서 의미가 없습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레슨의 질, 집중도, 횟수, 연습의 질, 방법 등 개인 별로 많은 요소들로 인해 상대적인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알맞은 진도 속도는 한마디로 압축 가능합니다.


"되야 넘어간다."


네, 간단합니다.

되면 넘어가는 겁니다.


악기를 최초 배우는 순간, 최초의 에뛰드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저 한마디가 진도를 나가는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또 한가지 의문이 듭니다. 어느 정도가 되는 것일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최초 에뛰드로 만나는 "고향의 봄" 같은 곡도 제대로 연주하려면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여기서 전공생과 달리 아마추어의 진도를 생각하고 계획하는 레슨 선생님의 능력이 중요합니다.

즉, 이번 레슨에서 무엇을 잡고 가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하고,

오랜 시간을 두고 강화해 나가야 할 사항을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박자를 가져가는 템포 훈련이나, 손가락의 위치를 잡는 Finger Coordination 훈련 (이 훈련들은 후에 다시 소개해보겠습니다.)은 지금 마주한 에뛰드가 안된다면, 뒤에 나오는 더어려운 곡에서는 절대 되지 않을 훈련입니다.

즉, 이번 곡에서 반드시 잡고 가야 하는 과제 입니다.


하지만, 비브라토나 톤 (어깨에 힘빼기, 활 각도 등) 훈련은 지금 곡에서 완성 될 수 있는 훈련이 아닙니다. 


음정 훈련 역시, 해당 곡에 대해서 맞는 음정을 듣고, 짚을 수 있을 때까지 넘어가지 않는다든지,

더블 스탑을 연습하는 청음 훈련 역시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끈기있기 방향을 잡아주어야 합니다.


아마추어의 음악생활에 있어 레슨과 연습은 전공생의 훈련 과정을 길게 늘여놓는 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다.. 라는 마음을 가진 원생에게는,
길게 늘어져있는 스케쥴 안에서도 멀리 보고 한발짝 씩 앞으로 내딛도록 인도하는 선생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편으로 선생님은 이렇게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혹독하게, 잡을 것들, 되야 하는 것들을 잡겠다고 덤비면, 버티는 수강생이 어딨겠나.. 라는 의견입니다.

실제로, 저런 식의 레슨을 하게 되면, 많은 수강생들이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갑니다.


그리고, 몇몇 수강생들은 잘하게 되는 것보다 단순히 악기를 하는데에서 즐거움을 얻고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레슨이나 진도가 필요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그렇듯.. 실력 향상을 바란다면, 평소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방향을 의논하고, 

진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제 지인들에게 항상 먼저 선생님에게 이야기 하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문화 상 선생님에게 뭔가를 요구하고 받아내는데에 익숙치 않습니다.

하지만, 수강생의 입장에서, 실력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면 진도가 늦게 나가도 된다는 사실을 항상 어필하고,

실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생님과 소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제 경험 하나 전하고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현재, 제가 수강하고 있는 선생님을 6년 전에 만났을때, 저의 이전 진도는 스즈키 5권 이었습니다..

바이올린을 시작할 때 꼭 하고 싶었던 곡이 바흐 두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었는데, 4권 마지막에서 그곡을 하고 난 뒤였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의문이 들었습니다.

분명 이 곡을 하고 나면, 내 실력이 어린 시절에 한 친구들 만큼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친구들도 어렸을때 4권까지 했다고 했는데, 왜 내 바이올린 소리는 걔들 소리처럼 듣기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 건가..

악기가 안좋은건가..


그런 의문으로 만난 지금 선생님의 첫마디는 혹독했습니다.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것보다 안좋은 상태네요."


진도는 잊어버리라는 주문과 함께, 반년을 넘게 교재 없이 보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진도는 느립니다.

하지만, 그 진도 속도가 중요한게 아니라는 믿음과 신념이 남아 있습니다.


다음 곡으로 넘어가면 뭐하겠습니까?

되야 넘어가는거지.


PS. 아마추어에게 짧은 시간에 실력을 확인할 만한 척도가 있습니다. 조율기 없이 조율을 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조율을 귀로 하려면 화성의 청음 능력과 더블스탑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활각도, 톤 등을 유지할 줄 안다는 반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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